간단히 요약하면 미국 교환학생 대학원 등등의 여러가지 경험을 쌓아온 저자가 어느날 달리기에 빠지고 케냐선수들이 유독 잘달리는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케냐에 직접 여행 간 이야기이다. 한 달은 케냐에 가서 직접 케냐 사람들과 뛰어보고 이텐에 가서는 유명한 코치와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확실히 나도 러너이고 달리기에 관심이 많아서, 그동안 1년 반이라도 뛰었다고 나도 경험했던 내용이 많고, 다시 한번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도 많았다. 달리기에 좀 빠져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기분을 여기서도 그대로 옮기고 있었다. 안그래도 지금 부상때문에 쉬고 있는데, 다시 달리기하러 나가고 싶달까

그런데 가장 황홀한 순간은 내가 사라진 순간들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바라는 것 없이 그저, 달리는 그 순간에 몰입된 그때. 그 순간에는 내가 없고 세상도 없고, 달리는 경험 그 자체만 영원처럼 존재한다. 그렇게 ‘지금’만 존재하는 달리기는 우울증으로부터 나를 되찾게 해주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고 책임질 용기를 주었다.

p.64

대부분의 코치들의 마인드도 좋았다. 고정된 프로그램이나 단순히 달리기를 잘하게 하기 위한 프로그램대로 그냥 가르치는게 아니었다. 브로콤이라는 코치는 선수를 키울 때 좋은 선수뿐만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도록 교육했다.

브로콤: 잘 나가는 운동선수일 때는 사람들이 영웅이라 칭송하지만, 은퇴 후에는 역사의 일부로 남게 될 뿐이에요. 선수로서 얻게 된 것들은 은퇴 후 선수가 아니게 되는 순간 사라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어린 학생들이 평생 육상만 할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늘 기억시켜요. 더 좋은 삶을 살도록 준비시키고 그를 위한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요.

p. 139

그리고 또 브로콤은 그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깊이 다가간다. 선수가 시합을 망쳤을 때 코치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코치, 오늘 시합 망했어요’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코치가 좋다고 한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브로콤: 경기에 나간 선수가 기대했던 만큼 성적을 내지 못했을 때, 이미 선수 스스로 크게 실망하게 돼요. 수많은 날 동안 열심히 훈련했을 테니까요. (중략)
하지만 이러한 순간에 ‘오, 코치가 저기 있구나’ 하면서 코치에게 자연스럽게 가는 선수들도 있어요. 선수 자신이 실망을 느낀다는 점을 코치가 안다고 믿고, 코치가 아무 말을 건네지 않아도 자신과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 그게 제가 원하는 관계에요.

p.141

달리기가 내 삶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안에 달리기를 두어야겠다고 다짐했다.
p.144, 145

확실히 주변에 달리기를 시간 목표를 잡고 얼마까지 해내겠다는 의지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도 가능하면 그러지 않으려 하지만, 주변의 다양한 러닝화 광고나 환경이 그렇게 하게끔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달리면서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나를 위한 달리기를 하고, 순수한 달리기의 즐거움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게 즐겁다.
이렇게 움직이면서 숨을 쉬고
내가 존재함을 느끼는 게 좋다.
p.187

잠깐케냐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케냐 선수들이 달리기를 대하는 마인드가 우리랑은 다르다. 케냐 선수들이 월급으로는 한국돈 10 – 15만원으로 살아가는데, 심지어 이정도면 잘 버는 수준이라고 한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우승하게 되면 몇천만원의 상금을 타고 와서 주변 사람들까지 도와주게 되는 상황을 보면 나라도 도전하게 될 것 같다. 내 인생을 거는 그런 압박감 속에서도 조급하지 않고 내 노력에 따른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꾸준하게 할 수 있을까? 보통의 마인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의 힘을 믿으면서도 노력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달리기를 향한 케냐 선수들의 노력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삶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을 직시하고, 그렇기에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며 그 과정을 인내한다. 2013 년 서울 마라톤에서 우승한 헬라가 “열심히 훈련하는 것은 나의 몫이고, 결과는 신의 몫이다.”라고 말한 것 처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목표가 이루어지는지 아닌지는 노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안다는 것이다.
p. 211

마지막으로 달리기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나의 가치관과 부합하는 문장이 있었다. 저자도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 -가 없는, 그냥 마음이 이끌려서 살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싶다고 말한다. 애초에 내가 개발을 공부했던 것이나 달리기를 시작했던 이유들과 모두 비슷한 느낌을 받으니까 너무 공감되고 마음이 갔다.

손익을 따지는 것보다 새로운 일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어서 ‘그저 끌려서’ 하게 되는, 그런 것들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싶다고 말이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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