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 어느 날 인생이 9개월 남았다는 진단을 받은 이후, 삶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계획했던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았다고 절망하고 슬퍼할 이유도, 시간도 없다.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면 그냥 ……
항상 이런류의 책들을 조금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나는 아직 내일이 없다면 오늘 무엇을 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아직 답변을 할 수가 없다. 내 스스로에게 아직 중요한 가치관이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정말로 내게 중요한 일을 찾고 싶다. 집어드는 책들 중에 정말로 죽음에 가까워져본 사람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게 중요했는 지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어쩐지 이번 책에서는 인상깊은 구절이 많았다. 위트있는 표현들이 많아서 하이라이트 해둔 것도 많고, 그 자체 의미로도 좋아서 남겨둔 내용도 많다.
아래에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문구들을 모두 옮겨 적는다. 사실 읽은지가 오래되어 하이라이트 정도만이라도 옮기려 했는데, 다시 찾아 읽고 싶은 부분도 많다.
1부 어느날 아주 긴 밤이 찾아왔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버리고 싶은 내 심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해야 할 ‘잡무’는 이곳 열대우림의 새파란 이파리들처럼 계속해서 우글우글 자라났다.
p. 26입 밖으로 내는 순간, 병이 진짜가 될 것만 같았다. 입 밖으로 소식을 전하는 순간, 원론적으로만 존재했던 내 병이, 내 몸에 시커멓게 또아리를 틀면서 내장을 간지럽힐 것만 가았다.
p. 27죽음 앞에 다가가면 관계의 명도가 본능적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분명해진다. 인간관계들에 대한 내 진짜 속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p. 3030년간 진료했던 수많은 환자들이 이런 상황에 놓이면 늘 책의 마지막 챕터로 바로 훅 넘어가려고 했죠. 책의 마지막 장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만 알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챕터로 가기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과 서사들이 있어요. 결말에 대한 통계를 알려드릴 수는 있지만 결말만이 의미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다면 알려드리죠. 알고 싶으세요?
p. 48내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두려움에 잠식되어 인생을 완전히 놓아버린 내 태도 였다.
p. 52용기로 두려움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어떻게 대응할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 53강해야만 겨우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로가 되었던 말은 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들이었다.
p. 59그들이 내 손을 잡아주면 결말이 조금은 더 덜 무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p. 61대신 나에게 의미 있는 관계에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나. 이 관계가 나한테 왜 중요하고 당신이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부지런하게, 하지만 자연스럽게, 기회가 나는 대로 표현한다. 시간이 지나고 공간이 바뀌고 상황이 변하면서 이 관계가 어떻게 또 바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순간이 더욱더 중요한 것이다.
p. 68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진심이었다는 것을.
p. 69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은 좀 더 나아졌다. 헛된 희망 같은 것을 품지도 않고, 더 이상 무한 긍정주의를 믿지도 않는다.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잠시 멈추었던 내 삶이 조금씩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p. 76어떤 삶을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든 마지막 실패로 우리의 색깔이 정해지고 칠해질 때가 있다. 사실 병뿐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실패가 마찬가지다. 회사를 잘 다녔는데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한 사람들은 ‘대기업을 퇴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의 표본이 되고, 여행을 가서 큰 사고를 당한 사람은 ‘후진국에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의 표본이 된다. 그것에 맞서 혼자 저항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p. 82
2부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달리기
궤도를 완전히 이탈한 후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했다.
p. 89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면 그냥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단순하다.
p. 93투병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골짜기에서 완전히 잃어버린 내 자존감을 조금씩 조금씩 밝혀준 것은 일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었다.
p. 97이것이 바로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리고 앞으로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나의 지루하고도 지루한 일상이구나.
p. 99분노의 늪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삶에 대한 감사함이 채워지지는 않았다. 대신 사람에 대한 감사로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p. 110그런데 일의 순수한 즐거움만을 느끼기엔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p. 113일을 통해 상처받아도 일어날 수 있는 힘을 키웠으면 좋겠다.
p. 117그래서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 처럼, 오늘도 일을 하러 간다.
p. 118내가 얼마나 대단한 프로젝트들을 이끌고 있는지, 얼마나 엄청난 규모의 돈을 회사에 벌어주는지, 얼마나 승진을 빨리하고 자주 하는지, 이런 것들은 인생의 종착점에 다가가면 정말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
p. 124인생이 계획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이 순간이 당신의 플랜 B 모먼트이기를 바라며
p. 126이기고 싶어서 혼자 재미있게 하고 있던 경기는 남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뛰어야만 하는 불안한 경기가 되었다.
p. 130세상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나도 세상에 휩쓸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역으로 알게 되었다.
p. 133내 발로 그곳을 걸어나오는 것이, 진짜로 이기는 길이다.
p. 133당신이 경기장 밖으로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오늘도 응원한다.
p. 134예의를 차리다가 본질을 노치지는 않았으니까.
p. 139삶을 완성하는 축 들은 무 자르듯 뚝뚝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p. 140내가 알던 세계가 얼마나 한순간에 종말을 맞을 수 있는지 이제는 너무나 잘 안다. ‘내일 봅시다’라고 가볍게 인사하고 1년 넘게 회사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진을 앞둔 전날, 내가 숨쉬는 공기는 조금 더 매서워지지만 나라는 살마은 조금 더 따듯해진다.
p. 144어제를 회고하고 오늘을 온전히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내일이 우리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p. 145기다리는 15분의 시간 동안 나는 그렇게 9999번의 장례식을 치른다.
p. 146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비범한 확률 위에 지어져 있는지 잘 알고 있다.
p. 148
3부 그렇게 나는 다시 삶을 선택했다.
목표 지향적인 삶에는 큰 부작용이 따른다. 현재를 볼 수가 없다.
p. 152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있는 사람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p. 153나는 내 앞에 있는 살마과의 대화에 완전히 몰입하려고 노력한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입을 좀 더 다물어야 하고 귀를 좀 더 열어야 한다. 상대방과 깊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배울 수 있다.
p. 154운명이 그렇게 가혹하게 찔러대도, 그 뾰족한 끝을 따뜻하게 녹여버리는 무언가가 그녀에게는 있었다. 치료 중반부터 들고 다니기 시작한 지팡이가 마법봉으로 보이기까지 해ㄸ싸.
p. 174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어느 날 밤, 남편은 나를 기어코 끄록 나가 밤 산책을 했다. 집에서 공원까지 가는 길에는 내가 울었다. 남편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씩씩하게 걸었다. 공원에서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이 울었다. 나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우린 시소처럼 움직인다. 아무튼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못 맞춘다.
p. 181험담을 하고나니 좀 시원하다. 그의 모든 단점들을 오래오래 파헤치고 싶다. 언젠가 괴팍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서로에게 구시렁대고 싶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함께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 나는 남편에 대한 험담을 멈출 생각이 없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남편에게 다가간다.
p. 183살아보지 못한 인생에 대한 비극보다 살아온 인생에 대한 축복이 더 커지는 그 변곡점이 마흔이 아닐까 싶다는 것이다.
p. 185삶의 무게가 복리로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 나이 드는 과정이다.
p. 187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버린다.
p. 188이 유한한 세계에서 나한테 중요한 몇 안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이상은 깔끔하게 덜어내고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는 용기를 내는 것이 ‘포기’이다.
p. 190커리어는 모르겠고 푸드트럭을 몰며 우리나라를 횡단하고 싶고, 추리 드라마 작가도 하고 싶고, 최근에 재미가 붙은 도예로 전시회도 하고 싶다고, 믿지 않는 눈치였다.
p. 191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진짜 삶이 시작된다는 것이 내가 겪은 인생의 가장 큰 아이러니 였다. 결국 유서를 쓴 이후의 모든 날들이 보너스이자 선물이었다. 그리고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결국 일맥상통하는 같은 이야기였다.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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